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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서치] 근속년수별 임금격차는 정말 합리적인가? by 김하은 리서치 인턴


“여자가 월 200 이상 벌긴 힘들지…”, “그치.. 남자는 300 이상 힘들고..” 

얼마 전, 지하철에서 우연히 들은 옆자리 사람들의 대화였다. 두 사람의 대화 주제는 얼핏 들어 “먹고 살기 힘들다” 정도 였던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의문이 생긴 점은 월급의 액수보단 그 앞에 언급된 성별이었다. 왜 여자와 남자의 월급엔 차이가 있을까? 리고 이 차이는 왜 우리 사회에서 당연시되는 걸까? 이 질문에 대한 속시원한 답을 찾기 위해 구글링을 했더니 성별 임금격차는 전 세계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선진국이라고 생각하는 국가들, 심지어 복지 국가 모델로 불리우는 북유럽 국가들도 10% 이상의 임금격차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성별 임금격차가 가장 큰 나라는 어디일까? 

많은 사람들이 멕시코, 칠레, 코스타리카 등 여성 인권이 비교적 낮다는 인식이 있는 남미 국가를 먼저 떠올리지만, 정답은 바로 우리나라, 대한민국이다. 우리나라의 성별 임금격차는 36.7%로서, OECD 회원국 중 15년째 임금격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OECD 평균인 14.1%를 두 배도 넘는 수치이다. 참고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임금격차가 이렇게까지 벌어지게 된 이유는 뭘까?

국내 성별 임금격차는 다양한 요인으로서 설명된다. 자주 거론되는 견해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근로시간도 짧으며, 직종, 근속년수, 생산성, 노동 강도 등 임금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에서 차이가 난다는 주장이다. 반면, 성차별적 인식 및 남성중심적 기업 문화가 주된 원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조사에 따르면, 성별 임금격차는 ‘남성프리미엄(남성이라는 이유로 생산성보다 임금을 더 많이 받는 것)’과 ‘여성손실분(여성이라는 이유로 생산성보다 임금을 적게 받는 것)’으로 이루어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요인’로 근속년수, 학력, 산업, 연령 등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요인’ 52.1%으로 이루어진다. 참고 정말 이 요인이 여성이 남성보다 적은 임금을 받는 것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근속년수가 도대체 얼마나 중요하길래?

합리적인 요인 중 가장 큰 비율을 차지한 ‘근속년수’를 좀 더 살펴보자. 근속년수란 근로자가 한 회사에서 근속한 총 기간을 의미한다. 근로자의 근속년수가 증가함에 따라 임금 수준은 함께 증가한다. 특히, 근속년수가 10년 이상인 근로자의 임금은 1년 미만 근속자의 임금 보다 2배 가량 높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의 근속년수별 임금격차는 해외에 비하면 높은 편이다. 근속년수별 임금격차는 생산성이 근속년수 혹은 경력에 따라 좌우된다는 논리에 기반하고 있다. 즉, 한 회사에 오랜 시간 몸을 담고 있거나 특정 일에 대한 경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사업체 근로자의 고령화와 생산성의 관계, 2017>에 따르면, “평균 근속과 생산성은 전반적으로 정(+)의 관계를 보여,” 근속년수가 높아질 수록 생산성 또한 증가하는 추세임을 나타냈다. 참고 하지만 이 논리에는 분명 허점이 있다. 근속년수와 생산성은 일정 부분 비례할 수 있으나 근로자의 생산성을 당락 짓는 요인은 근로자가 한 회사에 머문 기간뿐만 아니라 근로자의 기술, 배경, 교육, 건강 등 훨씬 더 다양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근속년수를 중심으로 생산성을 판단하는 것은 유휴 기간 동안 근로자가 기술 및 경력 개발을 할 수 있는 기회의 가능성을 배제한다. 심지어 미래에는 노동 시장이 점점 더 유연화되어 한 사람의 생산성을 평가하는 지표는 더 다양해질 것이고, 근속년수와 생산성의 상관관계는 더더욱 무의미해질 것이다. 


뫼비우스의 띠 - 여성의 경력단절과 임금격차 

그리고 많은 여성이 경험하는 생애주기에 따른 일련의 사건들(예: 결혼, 출산, 육아 등)은 근속년수를 짧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제로 5년 미만 근속하는 여성의 비중은 남성의 비중보다 높지만 5년 이상 근속하는 남성의 비중은 급격하게 치솟아 근속년수 10년 이상의 경우 13.1%의 큰 성별 고용률 격차가 생기게 된다. 남녀가 함께 일하고 살아가는 사회에서 여성의 생애주기별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근속년수에 큰 비중을 두어 임금을 책정하는 것은 과연 합리적인 방법일까? 근속년수가 정말 합리적인 요인인지 성별 임금격차뿐 아니라, 앞으로의 노동시장이 변화하고 유연해지면서 근속년수가 지속적으로 생산성에 가장 중요한 지표일지 또한 확실하지 않다. 따라서, 임금격차를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요인’ 또한 진정 합리적인지 의구심이 들었다. 성의 생애주기별 사건 즉, 결혼, 임신, 출산, 육아, 가족돌봄 등으로 인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기혼여성은 약 180만명으로 기혼여성 전체의 20%에 달한다. 기혼 여성 취업자 중에서도 33%가 경력단절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날 정도로 일하는 여성에게 경력단절은 선택보다는 필수에 가까울 정도다. 참고





여성은 왜 일을 그만둘까?

경력단절 이후 재취업이 어렵고 임금격차를 피할 수 없음에도 일을 포기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정말 다양하지만 부부 중 소득이 낮은 쪽이 육아와 집안일을 맡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 여성이 일을 포기하는 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대부분의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게 되는 30대는 남녀 상관 없이 대부분의 근로자의 임금 상승률이 가장 가파른 절정기인데 이 시기에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임금 상승의 프라임 타임을 놓쳐버리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로 인해 벌어진 성별 근속년수의 격차는 다시 낮은 임금과 불리한 직장 환경의 원인이 되어 임금격차 - 경력단절 - 불리한 직장환경 및 근로조건의 악순환의 고리로 반복된다.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물론 개별 주체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지만 국내외 사례들을 통해 몇가지 가능성은 유추할 수 있다. 

1단계 |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정책 실현 점검

근속년수가 생산성에 여전히 중요한 요인이라고 주장해야 한다면, 여성이 근속 기간 단절 없이 계속 직장을 다닐 수 있는 제도 또한 뒷받침 되어야 한다. 여성의 근속 단절 즉, 경력 단절의 가장 큰 원인은 출산 후 가사 및 양육 부담이다. 따라서 정부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육아휴직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정책이 기업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지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기업 차원에서는 출산, 육아기를 지나고 있는 직원을 배려하는 사내 제도를 추가할 수 있다. 롯데그룹은 2012년부터 직원들이 출산 휴가가 끝나는 시점에 별도의 절차 없이 1년간 육아휴직을 사용하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상사나 동료의 눈치를 받지 않게 배려한 것이다. 풀무원에서도 ‘대디&맘스 패키지’를 만들어 임신기 단축 근로제의 확대, 태아검진을 사유로 한 연차 휴가는 상위자의 승인 없이 확정하는 등 행복하고 평등한 일터를 만드는 제도를 도입했다. 

2단계 | 여성의 휴직 기간 동안 경력 개발

여성이 결혼 혹은 출산 후 휴직 기간을 갖는 것이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 기간 동안 여성 인력의 경력 개발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육아를 통해서 여성이 얻게 되는 시간 관리 및 멀티태스킹 능력과 같은 소프트스킬은 물론 보다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이 휴직 기간 동안 프로페셔널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을 마련할 수 있다. 

2015년에 설립된 스타트업 MaaM(Maternity as a Master)는 이제 막 엄마와 아빠가 된 이들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기간 동안  프로페셔널 기술들을 훈련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육아 기간을 커리어를 발목 잡는 족쇄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기간 동안 다양한 스킬을 향상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로 보고 다양한 기술 및 역량을 증진시키는 커리큘럼을 기업의 인사부서에 판매하고 있다. 이러한 경력 개발의 기회는 휴직 기간 동안 여성의 생산성을 높여 결과적으로 임금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다.

3단계 | 경력 전환시 임금 협상 

여성이 육아 등의 이유로 전 직장을 퇴사하고 이후 새 직장에 취직할때, 이전 직장 연봉에 기반한 임금 책정이 없어야한다. 앞서 언급했듯이, 여성의 생애주기별 특성에 따라 30대에 경력단절 여성이 가장 많이 몰려있다. 하지만, 30대는 일반적인 근로자가 임금 상승을 가장 빨리 올릴 수 있는 시기이므로, 이 시기에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임금 상승의 기회를 놓쳐버리게 될 확률이 높다. 

따라서, 퇴직 후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에게 이전 급여를 기준으로 적은 임금을 지불한다면, 성별 임금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해외에선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해 전 직장에서 받던 임금을 근거로 새 직장에서 낮은 임금을 지불할 수 없는 법안을 시도하고 있다. 2018년 4월, 미국 항소법원은 전 직장 급여 근거로 같은 일을 하는 남성과 여성에게 각기 다른 임금을 지불할 수 없다는 연방법원 판결을 내렸다. 참고 스타벅스 또한 2018년 3월, 근로자의 과거 임금을 참고해 급여를 지급했던 방식을 버리고 같은 직급, 같은 업무에 100% 동일한 임금을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경력 전환시 전 직장 임금에 기반하지 않는 임금 협상 방법을 통해 성별 임금격차의 악순환의 굴레를 끊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우리는 본 리서치에서 근속년수만 구체적으로 살펴봤지만 사실 이외에도 성별 임금격차를 야기하는 다양한 이유가 있으며, 특히 남성 프리미엄이나 여성 손실과 같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요인이 절반 가깝게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성 임원 비율이 적고 비정규직 및 저임금 근로자의 여성 비율이 남성보다 크게 높은 것은 과연 임금격차와 관련이 없는 것일까? 여성의 고용률이 높고 임원의 수가 많을 수록 기업은 물론 국가 전체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는 꽤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개인의 삶은 물론이고 모두에게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는 사회를 만드는 길, 어쩌면 우리 회사의 임금 테이블을 찾아보는 것 부터가 아닐까?


[출처] 김하은 위커넥트 리서치 인턴 1기, 연세대학교 국제학, 지속개발협력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