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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 인터뷰] #02 “누구에게나 일에 대한 불안을 상쇄시켜 줄 존재가 필요해요”


김귀선 이지앤모어 PR 디렉터

김귀선은 월경 전문 셀렉트숍 이지앤모어에서 PR 디렉터로 일한다. 대학생 시절에는 손편지제작소라는 소셜벤처를 공동창업했으며, 현재는 20대 여성 기획자들의 모임 ‘획기적인 여자들’이라는 사이드프로젝트로 여성과 일이라는 관심사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월경뿐 아니라 여성의 몸과 건강, 더 나아가 삶 전반에 관한 이야기들을 다른 여성들에게 더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고민하는 중이다. 



사이드프로젝트를 하고 계신다고요. 

20대, 여성, 기획자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만든 ‘획기적인 여자들’에 소속돼 있어요. 아이디어는 누구나 떠올릴 수 있지만 기획을 실현하고, 공개할 때까지는 실행력이 필요하잖아요. ‘획기적인 여자들’은 동료와 함께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모임이에요. 2018년에는 총 두 가지 활동을 했죠. 개인이 가진 기획의 경험을 매뉴얼로 만들어 다른 사람들과 나누는 ‘워뉴얼’(Woman, Work, Wonder의 W와 매뉴얼을 더한 명칭), 20대 여성들의 일하는 삶과 일상을 이야기하는 잡지 ‘일상’을 만들었어요. 


사이드프로젝트가 본업에도 영향을 끼치나요?

가능한 본업과 연결하려고 해요. 더구나 제가 활동하고 있는 그룹이 이지앤모어의 주 타깃 고객층이기도 하거든요. 자신의 삶을 바꾸려고 계속 도전하는 사람들이 월경 용품을 사용할 때도 좀 더 과감하게 시도하는 성향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지앤모어에서 후원을 해줄 수 있으니 오프라인 모임이 있으면 저를 활용하라고 동료들에게 항상 이야기하죠. 


이지앤모어의 PR 디렉터는 어떤 일을 하는지 궁금하네요. 

제가 정의하는 PR 디렉터의 업무는, 이지앤모어 안에서 내보내고 싶은 이야기들을 잘 정리해서 정확한 지점과 시점에 고객들에게 알리는 일 전체예요. 제품이 나오면 홍보하고, 고객들이 구매하게끔 하는 거죠. 이지앤모어를 알리는 것, 이 제품들을 만났을 때 당신의 삶이 어떻게 바뀔 것이라고 제안하는 일 또한 포함돼 있어요. 쉽게 말해 상품부터 브랜딩까지 메시지를 계속 던지는 거예요. 2018년에는 체험과 강연 등이 모두 포함된 월경박람회라는 오프라인 행사를 만들기도 했고요. 


입사 전부터 여성 건강 관련 이슈에 관심이 있었나요?

그렇지 않아요. 여성인데도 월경에 크게 관심이 없었고, 배란일을 세는 방법도 몰랐어요. 대학생 때는 식음료 마케터가 되고 싶었죠. 그러다가 대학교 4학년 때 손편지제작소라는 곳에 창업 멤버로 합류하게 됐어요. 지인의 제안이었는데, 원래 이치를 따지기보다 직관을 따르는 편이어서 ‘어차피 휴학할 거라 시간은 많으니까’라고 생각하면서 시작한 거예요. 2014년 7월부터 2017년까지 거기서 일하다가, 그만두고 잠깐 쉬는 도중 위커넥트를 통해 이지앤모어를 알게 됐고 2018년 1월에 입사했죠.



그런데 당시 이지앤모어에서는 PR 디렉터를 채용하는 게 아니었다고 들었어요.

네, 원래 PR 디렉터를 채용하는 게 아니었는데 위커넥트의 연결을 통해서 역으로 제안할 수 있었어요.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기도 했고, 이지앤모어에도 그 역할이 필요하다고 봤거든요. 저는 손편지제작소에서 창업멤버로 일했기 때문에 시작하는 단계에서의 경험이 많은 편이었고, 이지앤모어도 사업을 시작한 후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단계였어요. 분야는 다르지만 프로그램을 만들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회사를 알리기 위해 했던 활동들을 이지앤모어에 녹일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마침 친구의 권유로 월경컵을 사용하기 시작한 시점이라, 입사하면 월경 용품을 더 깊게 탐구할 수 있다는 점도 좋았고요. 입사 후에는 거의 월경컵 전도사가 됐죠. 


의외로 여성들도 월경이나 자신의 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일하면서 계속 배워나가야 하는 부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래서 월경이나 여성 건강에 관한 책들을 많이 읽어요. 배란일도 이제는 잘 셀 수 있게 됐고, 월경통의 원인에 대해서도 좀 더 깊이 이해하게 됐죠. 이지앤모어와 연계된 의사분들을 만나서 배우기도 해요. 다른 한편으로는, 회사에 아이디어도 많이 내게 되더라고요. 좋은 걸 더 잘 알리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요. ‘고객이 상품을 구매 했는데 왜 피드백을 받지 않나요?’ ‘메일을 보내보는 건 어떨까요?’ ‘리플렛을 보낼까요?’ 같은 크고 작은 아이디어들을 적극적으로 내는 편이에요. 다행히 다른 구성원들이 또 다른 아이디어를 덧붙여서 일단 무엇이든 실행해 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분위기예요.


고객들이 월경 관련 내용을 좀 더 쉽고 친근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하는 장치도 고민하나요?

‘바보야, 건강의 진짜 핵심은 월경이야’라는 메시지를 요즘 방식으로 재미있게, 잘 전달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월경만 이야기하면 어렵거나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일상과 월경을 함께 묶어서 이야기해보려고 하죠. 자신의 일상을 잘 가꾸는 사람을 보여주고, 그 사람이 월경을 어떻게 다루고 받아들이는지 알려주는 식으로요. 2018년부터는 ‘모어레터’라고 하는 뉴스레터도 시작했어요. 회원은 많은데, 그 회원들이 이탈하지 않게 관리하는 장치들이 별로 없는 것 같더라고요. 고객들을 직접 만나는 행사들이 정성적이라면, 뉴스레터는 정량적이에요. 제가 보낸 뉴스레터를 몇 명이 클릭했고, 몇 명이 읽었고, 거기서 몇 명이 상품을 구매했는지 정확하게 측정되니까 좀 더 성취감을 느껴요.


이지앤모어에서 일하는 동안 배운 점이 있다면 뭘까요?

처음 저에게 주어지는 일이라도 주눅 들지 말자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마 앞으로 제가 할 일들의 대부분이 처음 해보는 것이겠지만, 기존의 경험에서 포인트를 찾으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심지어 피드백을 주는 동료들도 있으니까요. 이지앤모어가 작고 유연한 조직이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제 나름대로 노력하는 부분도 있어요. 동료들의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구성원 각자에게 맞는 방식으로 힘을 주는 거예요. 메신저로 좋은 기사를 보내준다든가 하는 식으로요. 우리가 이지앤모어를 통해 만들고 싶은 길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앞으로 일로서 이루고 싶은 목표도 있나요?

좀 더 배짱 있게, 공격적으로 이지앤모어를 알리고 싶어요. 아무래도 PR 일을 하다 보니 좋은 것들을 자꾸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는데, 이제는 친구들도 제가 아니라 제가 뿌린 콘텐츠를 통해서 이지앤모어를 인지하게끔 만들고 싶어요. 이지앤모어를 알고 지지하긴 하지만 실제로 제품 사용까지 이어지지는 않는 분들을 사용자로 전환시키고 싶은 생각도 있고, 월경박람회는 첫 회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해보려는 목표를 잡고 있죠. 개인적인 목표는 쿨하게, 없어요. (웃음) 커리어 패스는 제가 계획하고 짠다고 만들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주어진 일을 잘하면서 새로운 일을 덧붙이면, 그 속에서 또 다른 목표가 생기는 게 제 방식이 아닐까 싶어요.


자신을 돌보며 일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겠네요.

예전에는 일과 일상을 완전히 분리하려고 노력했어요. 힘만 들고 결국 번아웃이 오더라고요. 이제는 그럴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일상에서 좋은 에너지를 넣어주는 장치들을 계속 마련하려고 해요. 일할 때는 일만 생각하고, 그 밖의 일상에서는 일을 뒷받침할 수 있는 좋은 체력을 키우거나 좋은 동료들을 만드는 거죠. 사이드프로젝트인 ‘획기적인 여자’도 그중 하나고요. 일과 일상은 꼭 분리되는 것도 아니고 완전히 일치하지도 않겠지만, 이렇게 하다 보면 서로 좋은 영향을 끼칠 거라고 믿어요. 


커리어를 다시 이어가고 싶거나, 커리어를 전환하고 싶은 분들께 전하고 싶은 말도 있을까요?

우선 위커넥트를 알게 됐다면 행운입니다. (웃음) 위커넥트를 만나서 새로운 일을 시작했을 때 가장 도움이 됐던 건, 3개월간 위커넥트와 가졌던 티타임이었어요. 저는 출산이나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을 경험한 게 아니었음에도 커리어에 대한 불안함을 갖고 있었거든요. 그 불안을 상쇄시켜 줄 수 있는 존재가 옆에 있다는 건 정말 중요해요. 일에 대한 고민을 나눌 수 있고, 누군가 객관적으로 조언을 해줄 수 있다는 게 좋더라고요. 위커넥트가 저의 비빌 언덕이 되어 준 거죠. 일단 문을 두드리면, 커리어의 맥락은 위커넥트에서 잘 이어주실 거예요. 그러니 어떤 분이든 너무 주저하지 않으셨으면 해요. 



인터뷰: 황효진

황효진은 더 나은 여성의 삶을 위한 콘텐츠 플랫폼 ‘헤이메이트’의 콘텐츠 코디네이터다. 웹매거진 <텐아시아>와 <아이즈>에서 기자로 일했고, 에세이집 <아무튼, 잡지>를 썼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 여덟 명의 인터뷰집 <일하는 여자들>, 두 여성 프리랜서의 생존 실험 에세이 <둘이 같이 프리랜서>를 기획/공동집필 했다. 셀럽 맷, 윤이나 작가와 함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여성의 관점에서 이야기해보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 <시스터후드>를 진행 중이다.


* 더 많은 위커넥트 파트너스 인터뷰는 위커넥트 깃북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