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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인터뷰

#05 “할 수 있는 일부터 하나씩 두드리면, 다음, 그 다음이 보이지 않을까요?”

2019-10-29


김미승 크레비스파트너스 총무담당자  

김미승은 임팩트 벤처 그룹 크레비스파트너스의 총무 담당자다. 증권사에서 일하던 중 출산과 육아, 남편의 유학으로 인한 2년간의 미국 생활로 경력이 단절됐고, 한국에 돌아와 예전의 경력을 이어가는 대신 인턴부터 시작해 커리어를 전환했다. 장기적으로는 선한 방식으로 자본을 다루고 투자하는 일에 관심을 두고 있다. 


크레비스파트너스에는 언제 입사하셨나요?

2018년 10월 15일에 인사총무팀 소속 인턴으로 입사했어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하고 물품 구매나 비품 관리, 공간 관련 업무 등을 맡고 있죠. 4년 정도 일을 쉬었다가 다시 시작하는 거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인턴이기 때문에 생각보다는 잘 적응할 수 있었어요. 담당 사수가 업무에 대한 피드백도 중간중간 주셔서 입사 초반에 회사 분위기를 익히기도 어렵지 않았고요. 예전 경력을 살려서 취직한 게 아니기 때문에 해보지 않은 일도 많지만, 근무하면서 조금씩 배워나가고 있어요.


경력이 있는 상태에서 인턴으로 입사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일단 채용돼서 일하려면 지금의 나한테 맞는 자리를 찾아야겠다 싶었어요. 원래는 목표가 높았거든요. 일을 다시 시작하기로 하고, 크고 유명한 회사에 입사 지원서를 많이 썼죠. 전부 탈락하더라고요.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게 됐어요. 만약 크레비스파트너스의 인사총무팀 소속 인턴이 아니라 다른 직군에 지원했더라면, 관련 경력이 없기에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심지어 저는 이력서에 정식 증명사진이 아니라 노트북을 사용 중인 모습 사진을 넣을 정도로 무지했어요. 경력이 단절됐던 사람들은 이런 부분도 잘 모를 수 있으니 여기저기 지원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봐요. 


어떻게 크레비스파트너스를 알게 되셨나요?

예전에 대기업에서만 일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회사에 대한 로망이 있었어요. 스타트업에서도 한번 일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금융 관련 스타트업에 지원서를 내봐도 탈락하더라고요. 정보를 찾으려고 검색하다가 루트임팩트의 ‘임팩트커리어 W’를 알게 됐어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한 회사에서는 탈락했지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정보를 찾다 보니 리쿠르팅 파트너인 위커넥트까지 오게 된 거예요. 당시 성남여성인력개발센터의 취업희망교실에 다니고 있었는데 거기서 매칭된 회사와 위커넥트를 통해 매칭된 크레비스파트너스, 이렇게 두 군데 합격해서 최종적으로 크레비스파트너스에 입사한 거죠.


이 회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면접을 보는데 크레비스파트너스의 이사님이 그런 얘기를 하시더라고요. 본인은 사실 여성의 경력 단절 문제를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내가 임신을 하고 육아 휴직을 내보니 이게 사회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요. 그래서 유연근무제를 시도해볼 수 있는 포지션부터 위커넥트를 통해 채용해본 거예요. 그만큼 의식이나 시스템이 유연하고, 제 경력과도 어느 정도 맞닿아 있는 임팩트 투자사다 보니 인턴으로 입사하더라도 업무를 확장할 수 있겠다는 판단이 들더라고요. 제가 회사에, 또 회사가 저라는 직원에 만족하게 된다면 업무의 영역이나 범위는 더 깊어지거나 확장될 수 있다고 봐요.



예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는지 궁금해요.

증권사에서 일을 시작했어요. 금융업 특성상 목표나 성과에 대한 부담이 큰 편이기 때문에 영업을 했을 때는 개인과 팀의 목표를 위해 할당량을 채우기도 했지요. 단기적인 목표에 급급하거나 억지로 목표를 채우려고 했을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저는 지점과 본사를 다 겪어봤는데, 본사에서는 온라인 증권 컨텐츠를 제작하고 마케팅하는 일을 했었어요. 프로모션 등을 기획하거나 고객을 위한 투자컨텐츠를 만들기도 했고요. 그때는 실무진의 고민과 보고체계에 따른 윗사람을 만족시키기 위한 일의 간극 사이에서 저보다 윗사람의 관점에 맞춰서 뭔가를 하는 게 일을 잘하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관점과 생각을 늘 연구했던 것 같아요. 그게 월급의 대가라고 여기기도 했고요. 


여성이 일하기에 근무환경은 어땠나요?

제가 아이를 가졌을 때 일이 너무 많아서 밤 11시까지 야근을 한 적도 있어요. 임신 중이라 일 안 한다는 말을 듣기 싫었죠. 물론 누구도 대놓고 그런 비난을 하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그랬어요. 출산 후에도 회사에서는 “미승 씨, 휴직하고 싶으면 해”라고 말했지만 ‘갔다 오면 과연 내 자리가 있을까?’ 싶더라고요. 다른 팀의 남자 직원이 육아 휴직에서 돌아왔는데 한직으로 발령 나는 걸 봤거든요. 일이나 육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구나. 양립은 불가능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니면 워커홀릭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독하게 일에만 올인하는 여자 선배들을 많이 봤죠. 그런데도 여성이기 때문에 임원까지 올라가지 못하는 분들도 많았고요. 여러모로 고민이 됐죠.


그런 고민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신 건가요?

그렇기도 하고, 아이와 좀 더 시간을 보내기 위해 전업주부를 선택했어요. 그런데 여성이라고 해서 육아와 살림을 무조건 잘하는 건 아니거든요. 남편도, 집안의 어른들도, 어느 순간 너무나 당연하게 살림과 육아는 저의 몫이라고 생각하는 걸 보면서 울컥할 때가 많았어요. 둘째 아이가 태어난 지 백일 정도 됐을 때 남편의 공부 때문에 함께 미국으로 가서 2년 정도 엄청나게 고생하기도 했고요. 한국으로 돌아와서 일을 해야겠다 싶었죠. 경제적인 이유도 있었지만, 제가 스트레스를 받으니까 그게 아이들에게 전부 전가되더라고요. 오히려 일을 시작하고 나서 스트레스가 줄었어요. 물론 일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있지만, 열심히 해도 티가 나지 않는 살림이나 육아를 붙잡고 있느라 받는 것보다는 건강한 스트레스죠. 시간을 밀도 있게 활용해야 해서 아이들에게도 훨씬 더 집중할 수 있게 됐고요. 


일을 다시 시작하고 바뀐 부분들이 또 있을까요?

전업주부일 때 느끼는 불안함이 있었어요. 남편은 일을 하고 있으니 대화할 때 뭔가 갭이 생기는 거 같고, 그래서 내가 뒤처지고 있는 건 아닌가 싶었던 거예요. 지금은 이야기가 잘 통하고, 남편도 살림이나 육아에서 저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전업주부일 때는 신문 하나 보기도 쉽지 않았거든요. 그런 와중에 아이들은 엄청 빠르게 성장해요. 엄마의 생각도 계속 변하지 않으면 아이들과 대화하기가 어려운 거죠. 다행히 일을 다시 시작하고 80~90년대생 동료들과 어울리면서 많은 부분이 바뀌고 있어요. 그들의 가치관을 이해하고, 꼰대 같은 발언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게 됐어요. 이런 감각을 유지하는 데 회사라는 울타리가 도움이 되더라고요. 



앞서 스타트업에서 일해보고 싶었다고 하셨잖아요. 직접 경험해보니 어떤가요?

예전에는 주변에 저처럼 일하는 직장인들밖에 없었어요. 오히려 경력이 단절된 여성으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여러 가지 삶의 방식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게 스타트업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도 이어진 게 아닌가 싶어요. 지금은 일을 대하는 자세가 많이 달라졌어요. 꼭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더라도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서 일을 하고, 그 과정에서 만족할 수도 있고, 일을 통해 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어요. 그리고 대기업에서 일할 때는 대표님은 굉장히 먼 존재였거든요. 여기서는 가까운 존재이기 때문에 고민이 있으면 대화를 통해 풀어갈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스타트업은 건전한 고민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저처럼 유연근무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균형을 이룰 것인지 고민하면서 단계별로 시스템을 바꿔가고 있는 거죠. 


커리어를 전환하거나 다시 시작하려는 다른 여성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도 있나요?

만약 위커넥트를 통해 커리어 전환이나 재취업을 하신다면 많은 도움을 받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저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오랜만에 이력서를 작성하려니 정말 쉽지 않았거든요. 힘들게 이력서를 쓰고 포트폴리오를 냈더니 위커넥트에서 전화로 가상 면접을 진행해주셨어요. 너무 당황해서 가상 면접은 망쳤지만 생각지도 못한 질문들을 해주신 덕분에 그동안 어떤 부분이 부족했었는지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러니까, 작은 도전이라도 꼭 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하나씩 두드려보면 다음, 그다음이 보이지 않을까요? 저도 처음에는 커리어를 전환하는 게 두려웠거든요. 이제는 할 수 있는 일부터 단계별로 간다면 해볼 만하겠다는 쪽으로 생각이 바뀌었어요. 



인터뷰: 황효진

황효진은 더 나은 여성의 삶을 위한 콘텐츠 플랫폼 ‘헤이메이트’의 콘텐츠 코디네이터다. 웹매거진 <텐아시아>와 <아이즈>에서 기자로 일했고, 에세이집 <아무튼, 잡지>를 썼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여성 여덟 명의 인터뷰집 <일하는 여자들>, 두 여성 프리랜서의 생존 실험 에세이 <둘이 같이 프리랜서>를 기획/공동집필 했다. 셀럽 맷, 윤이나 작가와 함께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여성의 관점에서 이야기해보는 네이버 오디오 클립 <시스터후드>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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