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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모두의 칼럼] 우리 회사엔 왜 여성 리더가 없나요? (조선일보 더나은미래, 2021/7/23)

2021년 7월 28일(수)

지난 6월말, 위커넥트는 변화하는 일의 패러다임에 맞춰 자신만의 커리어를 만들어가고 있는 10명의 여성 스피커를 초대해 경험과 노하우를 나누는 온라인 콘퍼런스 ‘Career Navigation for Women: 계속 일하기 위한 6가지 방법’을 열었다. 이틀간의 콘퍼런스가 끝난 뒤 한 참가자는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만 회사에 여성 리더가 거의 없어 불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덕분에 다양한 레퍼런스가 생겼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해왔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2020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2019년 기준 공공기관 및 500인 이상 민간기업의 여성 관리자 비율은 19.8%였다. 대기업 여성 임원 비율은 훨씬 더 낮다.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200대 상장사 등기임원 1441명 가운데 여성 임원의 수는 65명으로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미국의 경우 포브스 선정 200대 기업 중 여성 등기임원의 수가 전체의 29.9%에 달하는 것과 확연히 비교된다. ESG 평가 기관인 서스틴베스트는 ‘2021년 상장 기업 지배구조 성과’에서 평가 대상 997개 기업 중 여성 등기임원을 1명 이상 선임한 기업이 작년 대비 5.72%p 상승했다고 밝혔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얼마 전 한 대기업 계열 건설사 대표이사와 여성 매니저들의 차담회에 초대됐다. 여성 임원을 더 많이 뽑고 싶지만 임원 후보로 올릴 중간관리자의 수가 너무 적다는 게 주요 어젠다였다. ▲출산과 육아 등 생애주기 변화에 따른 여성 실무자들의 중간 이탈 ▲남성 중심적 기업 문화와 제도 ▲구성원의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하지 않는 경직된 근로 환경 ▲여성 중간관리자의 최상위 직급 승계 경험 부재 ▲조직 내 다양한 레퍼런스의 부족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

GE, PwC, IBM 등 글로벌 조직에서 20년 이상 기업 역량 강화 전략을 수립해온 메건 댈러커미나는 그의 책 ‘공감이 이끄는 조직’에서 정부와 기업이 늘 ‘여성 리더 기근’에 시달리는 이유로 “리더가 될 만한 중간관리자급 여성들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가혹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향력 있는 자리에 이르는 과정에서 개인이 감내해야 할 부담과 희생이 혜택보다 훨씬 더 크기 때문이다.

여성 임원이 더 많은 기업이 자기자본율, 매출수익률, 투하자본이익률 등 재무성과가 더 좋다는 연구는 이미 차고도 넘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여성 관리자와 임원의 수를 늘릴 수 있을까. 그날 차담회에서 필자는 이렇게 조언했다. “우리는 이미 문제의 원인을 알고 있습니다. 이제는 결단과 실행이 필요한 때입니다. 다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때에는 단 하나의 솔루션만으로 작동하지 않습니다. 여성 인재의 파이프라인을 넓히고 관리자와 임원이 되는 퍼널을 늘릴 수 있는 효과적인 솔루션 여러 개를 동시다발적으로 돌리되, 길게 보는 관점과 단단한 기반을 두고 실행해야 합니다.”

‘일하는 여성은 많지만 여성 리더는 없다’라는 명제는 내가 위커넥트를 창업하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아무리 실무자 중에 여성의 수가 많더라도 관리자의 수와 비율이 낮다면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다. 하지만 일단 파이프라인을 넓혀 수가 많아진다면, 주변에 다양한 직급과 직무로 일하는 여성이 더 많이 보인다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더 오래 일하는 여성의 수도 늘어나고, 시스템과 문화도 이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위커넥트의 지난 컨퍼런스에서 ‘높이가기’를 주제로 강연한 우미영 어도비코리아 대표는 “원하는 걸 얻기 위해 반드시 100%가 준비돼야 하는 건 아니다. 80%가 준비됐고 앞으로 채워나가야 할 20%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100%를 향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멀리가기’를 주제로 강연한 엄윤미 씨프로그램 대표는 “우리의 커리어는 직선이 아니라 굉장히 구불구불한 곡선의 형태이지만 그럼에도 멀리서 바라봤을 때 우상향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여성의 커리어에만 국한되는 말은 아닐 것이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조직과 사회가 나아가야 할 길도 이와 같다. 구불구불한 그 길이 마냥 꽃길은 아닐지라도 어쨌든 우상향하고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김미진 위커넥트 대표

기사 원문 출처 https://futurechosun.com/archives/57649